맨밥은 기억처럼 달다
맨밥은 기억처럼 달다
  • 승인 2016.09.12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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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우 시인



그 날 이후 당신은



맨밥을 먹어 보셨나요 아무런 반찬도 없이 허기를 지워 보셨나요 당신은 아파트로 이살 가셨어요 왠지는 몰라요 당신도 사람들과 함께 모여 살고 싶었던가 봐요 사람들은 자꾸만 아파트로 이살 가네요 제각각 이사를 가고 제각각 모여서 제각각 외로워하더라고요 나의 식탁도 외로워하고 있어요



J 그럴 때마다 현관문을 열면

먼저 돌덩이 같은 허공들이 당신을 반겨줄 것이야

우리들의 미래는 그런 것이지

나를 떠난 당신처럼

기억을 놓지 못하고 허공 속을 돌아다니는 것이야 J



나는 미래의 기억이 무서워요 기억은 생각이 아니고 움직이는 허공이죠 사랑이 끝나면 기억은 각각의 옷을 입고서 돌아다니기 시작하죠 그 때부터 시간이 꿈틀거리고 외로움을 멈출 수가 없어요 지금은 식탁 위에서 투명의 그릇과 투명의 기다림이 맨밥을 먹고 있어요 나는 가만히 앉아 격렬했던 기억을 그리워하며 기다리고 있어야만 해요 안녕 내 사랑


▷▶김성우 1966년 경북 김천 출생

낮은 시 동인

한국시민문학협회 회원

현) 한시문협 이화세계문학 연구위원

시집: 새벽3시에 대하여 (1993년)외 5권
<해설> 산업화 시대를 지나 정보화 시대. 다닥다닥 붙은 아파트는 사람을 모이게 하지만 갈라 놓기도 한다. 물질의 풍요 속에 엄습하는 삭막한 이기주의, 개인주의 저마다 익명의 가면을 쓰고 돌아서면 텅빈 공허함이 밀려온다. 무너져 버린 공동체여 -이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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