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자리
어떤 자리
  • 승인 2016.09.13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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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숙 시인



노곤한 봄 날 오후

태양은 중천에서 잘게 부서져 내리고

또닥또닥



긴 그림자를 끌고

소리를 끌고



백발의 할아버지가 좁은 보도를 가로막아섰다 놓칠세라 지팡이 꽉 붙들고 주춤대다가 뒷걸음질 하다가 바닥을 더듬는다 간간이 혼잣말하는 겹겹이 주름진 이마위로 머리카락 몇 올이 건조한 살비듬을 털어내고 푹 젖은 바지 앞섶 아래 흘러내린 치매가 바짓부리까지 흥건하다



어떤 손이 거두어 갔을까

어디에다 두었을까

저 긴 기억의 주름

차마 보내지 못해 더듬는 눈시울이 시리다

세월의 무게를 딛고 선 것일까

간간이 고개를 젖히고 서서

저 높은 허공 어디쯤인가를 바라보던 할아버지

정수리 환하게 열렸던가

먼 기억 어디쯤을 가르치던 지팡이

내리꽂다

내리꽂다

마침내 또렷하게 방점을 찍는다
▷▶박현숙 1964년 경남마산출생

낮은 시 동인

한국시민문학협회 회원

현) 한시문협 청백리문학 연구위원
<해설> 우리는 지금 어디에 서 있으며 어떤 자리에 머무는가? 세월 갈수록 흐려지는 정체의식이 초겨울 문턱에서 반문한다. 지금 헐벗은 대지는 무엇을 위해 그렇게 몸부림치고 무엇을 향해 달려가는가? 과연 우리가 지향하는 인생의 방점은 어디인가? 어디에 방점 하나 또렷이 찍을 것인가? -이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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