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나요
세월은 이만큼 여기까지 왔지만
그 흐름을 따라 걷지 못한
마음 하나 있습니다
감수성인지 감성인지
아직도 사춘기 소녀 마냥
부끄러움과 여림과
가슴 떨림을 가진
세월을 감히 따라가지 못한
한 여자가 있습니다
철이 없는 것인지
철 따라 피는 꽃망울에도
연방 가슴이 두근거리는
한 여자가 있습니다
순수라는 이름으로
맑음이라는 이름으로
마음 안에 샘 솟는 그리움을 퍼 올리고
마음 안에 절절한 보고픔을
두레박으로 건져 올리는
한 여자가 있습니다
감수성도 아니고 감성도 아니고
흐르는 구름처럼
불어오는 바람처럼
그렇게 살고픈 데
스스로 울타리를 치고
스스로 방어벽을 쌓아
삶을 걸어가는
못난 한 여자가 있습니다
◇최태선= 1961년 대구 출생
한국시민문학회 정회원
<해설>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문명의 이기가 아무리 편하고 윤택하게 해도 잃어버려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오늘날 물질문명과 개인주의에 사로잡힌 세상에서 순수, 맑음이라는 말만 들어도 흐뭇해지는 것은 그만큼 삭막한 세상이라는 반증이다. -이창용(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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