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놈에 해방 - 10월 항쟁 70주년에 부쳐
그 놈에 해방 - 10월 항쟁 70주년에 부쳐
  • 승인 2016.10.12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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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림

애가 어리숙해서

농사나 제대로 지을라나 싶었다

너무 착해빠져서 속도 썩이지 않았다

동네 사상가 선배 따라다니더니/ 산으로 갔다

배고파 가끔, 야반에 집에 왔다

새벽길 떠나는 녀석 보니

몸이 똑바로 서고 속이 깊어져 보였다

까짓 놈이 뭘 알고 얘기하는지

아부지, 어무이

‘곧 우리 농민이 해방됩니더’

미덥지는 않았지만 못 믿을 얘기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 녀석을 마지막 본 건,

잡혀가 대구형무소 면회장에서 였다

그리고 또

가창골에 끌어 묻었다는 소문만 듣고

시도 때도 없이 울어대는

여편(옆편)의 눈물 속에서 였다

이놈을!/ 돌아오면은 요절을 낼라캐도

와야 우예해 볼거 아이가

◇고희림= 1999년 작가세계로 등단
시집:평화의 속도, 인간의 문제, 대가리, 가창골 학살

<해설> 살아있다는 것은 축복 혹은 교만. 오백년 천년 뒤에는 누가 이겼을까, 순간순간 꽃빛인데. 창조와 새 시대 개막은 공손한 행렬 보다는 맛있는 빵을 굽는 밀폐된 오븐 속처럼 뜨겁고 답답하고 어두운 치열함으로 탄생한다. 살면서 할 수 있는 것, 통제할 수 없는 것, 피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는 것은 자연의 순리를 깨우치는 것처럼 무척 어려운 일이다. -성군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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