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걱거리는 나무계단을 오른다
일상에서 밀려난
묵은 것들이 먼지를 뒤집어쓰고
쓸쓸함을 견디고 있다
쉿, 조용
묵언수행 중이시다
골동품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외진 세월을 견뎌야 한다
햇살 끝의 흰 그림자
유랑하는 영혼처럼
깃털보다 가볍게 날고 있다
생활품이 지니는 일상의 무게
즐겨 사용하던 기쁨들
초연히 다 떨궈 낸 구도자
버려지고 남겨진 그리움을 화두 삼고
고요히 선정에 들었네
◇손순이= 문예시대 등단(1994)
시집 <길 위에서> 외 7권
그림동화 <바다로 간 똘랑이>
<해설> 사람이든 물건이든 누군가를 위해 스스로를 불태우며 한때를 헌신했던 존재들도 때가 오면 뒷전으로 물러나야 한다. 때로는 잊혀지기도 해야 한다. 쓸쓸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한편 생각해 보면 또 얼마나 가벼운 마음인가. 다락방 묵은 물건들에게서 인생을 본다. -서태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