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만발하는 오월
무화과나무 밑으로 그림자가 숨는다
목까지 차오르는 그리움을 삼키며
갈매기 울음같이 슬픈 노래를 듣는다
그대 푸른 가슴에
흔들거리는 사다리를 세우고
사랑하기 이전보다 더욱 절절히 깊은
고독의 늪에 빠진다 사랑하는 이에게
아낌없이 심장을 퍼다 나르고
쥐었다 편 빈손 같은 허허로운 가슴에
등불 하나 내다 건다
아파트 층층마다 꽃불이 켜지고
그 꽃불 피고 지는 것을
외등처럼 우두커니 지켜보면서
꺼질 줄 모르는 불꽃이 된다
◇정옥금= 한국문인협회 회원
문예시대 작가상
한맥문학상
시집 <맨발이고 싶다> 등 5권
연시집 <그대 푸른 가슴에 사다리를 세우고>
<해설> 인간의 희로애락은 사랑에서 시작해서 사랑으로 끝난다면 허언일까. 자신의 모든 것을 헌신한 후회 없는 사랑이건만, 인간사의 사랑은 묘해서 마음은 허허로워지는가 보다. 그래서 아파트 층층이 영그는 사랑의 꽃불들을 바라보며 이 밤도 사다리를 세운다.
-서태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