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을 빼앗기고 실향민 될 정든 사람
내 고향 못 준다고 목 터지라 싸웠는데
보상금 통지 받고선 숨 죽여 입을 닫고.
적은 돈 쓸 곳 많아 머릿속만 터지는데
나가란 통지 압력, 천근만근 내려올 때
뿔뿔이 흩어질 날은 살(矢)같이 다가오고.
떠나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동안
친구는 아파트로, 옆집 네는 단독으로
속 타는 남은 이들은 어드메로 가야하나.
구멍 난 배를 젓는 허수아비 선장 되어
이웃집 볼 새 없이 내 가족들 살리려고
무작정 방향도 없이 파도 속에 배를 탄다.
◇박상기=문예시대 신인상
제3회 낙동강문학상 수상
시집 <그리도 짧은 밤>
<해설> 어디서나 이른바 재개발이 한창이다. 고향이 상전벽해로 변하는 모습을 슬픈 눈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조상대대로 살아온 정든 터전을 떠나야하는 실향민들은 또 몇 푼의 보상금 앞에서 불안한 앞날을 설계하면서 여생을 뿌리 잃은 떠돌이의 심정으로 살아야 한다. -서태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