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차수(三叉水) 홍수로 오던 날
처박히고 부딪히며 따라온 나무
어느 언덕에 뿌리박고 살아온 세월
삼사백 년(三四百年)
함께 온 벗들
가난한 아궁이로 가고
그래도 실타래 명태마리
오색 천 걸쳐 놓고 절을 하던
순민(順民)이들
가지 뻗어 은혜 주며
천년 두고 살랬더니
독한 풍우 잘라가고
찾는 이 적어지니 삭신만 아려온다
외로운 고목 하나 잎 없이 우뚝 설 때
그래도 거름대여
도와주고 간다 하네
영(靈)은 걷고 있을까
*삼차수:낙동강의 옛 이름
◇배갑철=계간 문예시대 신인상
낙동강문학상 수상
시집 <파종>
<해설> 낙동강 어느 마을에 오랜 세월 뿌리박고 마을을 지켜 온 당산나무가 있다. 세월이 부대낀 이 나무도 이제는 늙고 병들어 외로움에 떨고 있다. 그런데 이따금씩 거름을 주는 고마운 사람도 있다. 어디 나무뿐이겠는가. 사람의 일생도 그러하리라. -서태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