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차이코프스키
새벽의 차이코프스키
  • 승인 2016.10.30 21:3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병란 시인

새벽에 깨어나 혼자서 듣는

차이코프스키의 비창,

가늘은 현악기의 현 끝에

아리게 떨리는 알레그로

내 고독한 혼도 따라 울고 있다

이 새벽 밖에서는

새록새록 싸락눈이 내리고

어디선가 외로운 목숨이

쓸쓸한 기침 소리로 돌아누울 때

노래는 2악장으로 바뀌고 있다

세상은 얼마나 차갑고 쓸쓸한가

세상은 얼마나 무섭고 고독한가

사랑하는 사람의 손길도 없이

눈 내리는 이 새벽

혼자서 듣는 차이코프스키

나도 한 마리 작은 귀또리처럼 운다.

산다는 것은 음악보다

얼마나 아프고 쓰린 울음인가

어디선가 외로운 가슴이 모로 누워간다

오 기침 소리여

기침 소리여

◇문병란=김현승 시인 추천 등단

시집 <땅의 연가>등 31권

박인환시문학상

<해설> 1970년대 유신치하. 차이코프스크<비창>만 들어도 반공법에 저촉되던 시절 눈 오는 겨울새벽의 음악과 고독과 그리고 시, ‘아리게 떨리는 알레그로’ ‘한 마리 작은 귀또리처럼 운다’ 기침소리로 알리는 존재의 아픔이 싸락눈 속에서 정겹게 스민다.

-서태수(시인)-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