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깨어나 혼자서 듣는
차이코프스키의 비창,
가늘은 현악기의 현 끝에
아리게 떨리는 알레그로
내 고독한 혼도 따라 울고 있다
이 새벽 밖에서는
새록새록 싸락눈이 내리고
어디선가 외로운 목숨이
쓸쓸한 기침 소리로 돌아누울 때
노래는 2악장으로 바뀌고 있다
세상은 얼마나 차갑고 쓸쓸한가
세상은 얼마나 무섭고 고독한가
사랑하는 사람의 손길도 없이
눈 내리는 이 새벽
혼자서 듣는 차이코프스키
나도 한 마리 작은 귀또리처럼 운다.
산다는 것은 음악보다
얼마나 아프고 쓰린 울음인가
어디선가 외로운 가슴이 모로 누워간다
오 기침 소리여
기침 소리여
◇문병란=김현승 시인 추천 등단
시집 <땅의 연가>등 31권
박인환시문학상
<해설> 1970년대 유신치하. 차이코프스크<비창>만 들어도 반공법에 저촉되던 시절 눈 오는 겨울새벽의 음악과 고독과 그리고 시, ‘아리게 떨리는 알레그로’ ‘한 마리 작은 귀또리처럼 운다’ 기침소리로 알리는 존재의 아픔이 싸락눈 속에서 정겹게 스민다.
-서태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