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호 생태원에 살아요
인근의 실개천이 흐르는 양지쪽에서 옮겨 왔어요
금년엔 유난히 겨울이 길었어요
삼월이 되어도 날이 풀리지 않아 무척 추웠어요
하지만 끝내는 봄이 오고 말았지요
모든 게 그렇듯이 올 것은 오고말지요
수액으로 몸을 곱게 씻고 나왔죠
은빛 털이 보송보송한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내 곁으로 가까이 와서
한참이나 들여다 볼 땐 기뻐요
따뜻한 시선은 기분 좋은 일이죠
나름대로 열심히 살고 있지만
눈에 띄는 모습은 아니잖아요
보라니 노랑이니 분홍이니 고운 빛 다 두고
그저 초록에서 조금 고운 연초록에 은빛을 띨 뿐이죠
그래도 그게 어디예요
강아지라고 부르며 귀애하거든요
날이 따뜻해지면 산들거리는 봄바람 타고
멀리 멀리 날아갈 거예요
봄을 알리고 날아갈 거예요
<해설> 서론, 본론, 결론 다 말하고도 어느 것 하나 빠뜨리지 않는 그의 배려는 무척 정밀하다. 세련된 서술이 심상이나 상징과 조율되어 곱게 수놓아진 서정이 맛 깔 나는 웰빙식을 연상케 한다.
-서태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