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어 해진 소매 끝을 깁는다
흐트러진 마음도
함께 기우며
한 땀 한 땀
바늘 길을 운전한다
창밖
눈은 소복소복 내리 쌓이고
세월의 뒤안길에
서성이며
그 옛날
내 어린 시절
설빔을 짓느라
색동명주 인두질 하시던
울 어머니 생각
눈물 한 방울
뚝
손등 위로
떨어진다.
<해설> 선은 여성의 인격을 대신하는 그의 솜씨, 바느질도 또 하나의 예술이 아니었을까. 단어의 절약, 극도의 압축 속에 인생을 깁는 그의 솜씨가 볼만하다. 그 고운 옷감 의에 눈물 한 방울 어룽지우는 파격은 바느질, 시창작 두루 장인 기질이 엿보인다.
-서태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