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고
포장을 벋기고 있다
시름시름 뇌리를 덮는 울렁증
명상에 춤을 추는 건가
창밖에 하얀 시어들
눈부신 소리 소록소록 나리는데,
쌓여가는 허망한 시간들
무단히 보내고 있다
아픈 토끼눈 깜박이고
내면의 몰입으로
비상을 꿈꾸며
한 짐 지고 돌아눕는다.
창을 두들이는 바람이
“괜찮아”
“새날이 날이날마다 올테니까” 한다.
이만큼씩,
저만큼씩,
제 모양을 감싸않고
쌓아 놓은 하얀 긴~긴 밤에.
◇김숙희=한국문학예술 신인상 등단
서은 시낭송회 회원
<해설> 긴긴 겨울밤, 검은 밤을 한없이 벗기고 벗기는, 번뇌와의 싸움, ‘시름시름 뇌리를 덮는 울렁증’ 흰 눈이라도 쌓인다면 얼마나 다행일까. 이런 밤 열녀함양박씨 부인은 엽전이라도 만지작거릴 것이다. -서태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