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석사 가는 길목
한 청년이 길을 가로 막고
여기서 주차요금을 내고 가야한다고 한다
을씨년스러운 날씨 마냥 씁쓰레했지만
어쩔 수 없이 통행세를 주고 조금 더 올라가니
또 길을 막고 입장료를 내라고 한다.
길의 주인이 누구인지
산의 주인이 누구인지
빛바랜 은행나무 잎이 깔려있는 길을 따라
십 여분 올라가니
말로만 듣던 무량수전이 보였다
돌계단 밟고 안양루 밑을 지나 올라서니
천년의 석등이 반긴다.
법당 주위에는 관광객들로 시끌벅적
제법 유식한 듯한 사람이
‘저게 배흘림기둥이라고 하는 거야’ 하며 뻐기고
등산복 차림의 아저씨 아줌마 사진 찍기에 바쁘다.
법당 안에는 스님 아니 계시고
출입문 쪽에 책상 하나 놓아두고 보살님만 지키신다
동쪽으로 앉아 계신 부처님께 절을 올리는
어느 신도님 등허리에 햇살이 살포시 내려앉는다.
◇김봉윤=낙동강문학 창간호 동인
현) 한국시민문학협회 감사
<해설> 신라시대 문무왕의 뜻을 받들어 만들어진 부석사는 무량수전 등 국보급의 보물이 많은 사찰로서 한민족 불교문화를 잘 간직하고 있는 한국 대표 명소중 하나이다. 시인은, 이런 곳을 잠시 스쳐 지나치는 사람들이 불교가 인간에게 말하고져 하는 소리를 환청으로나마 들을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한다. -성군경(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