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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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11.16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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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안 시인

원래 저렇게 잘 울곤 하나요? 윙윙대며 마구 귓불을 치는데 귀가 먹어 버릴 정도예요 바람, 비, 구름, 천둥의 탓만 하는, 실연만 당하는 가녀린 여자 같아요 어디 한번 보란 듯이 제대로 된 복수 한번 하지 못하는 여자 말이어요 바람이 불면 휩쓸리고 비가 내리면 수없이 요동치고 구름이 끼면 함께 흐려지고 천둥이 치면 순간 정적이 일죠 어디 그뿐인가요?

자신은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모양으로 있잖아요!

그럴까요?

움직이는 것에, 늘 존재하는 것에 대한 의문일 뿐.

수없이 흔들려야 부러지지 않는 삶이 존재해요.

혼돈의 사회에서 격리된, 선택된 공기만 맡은 태아는

바람, 비, 구름, 천둥을 몰라요

하지만,

바람, 비, 구름, 천둥의 냄새는 양수(羊水)에 젖어

끊임없이 흔들리기에 살아 있는 모태(母胎)로부터

채 나기도 전에 삶을 견딜 정신을 심어주는

수동적인 태도로 보이는 유연함, 가슴의 넉넉함

얼어버리지 않는, 소금기가 있는 어머니의 품

보듬고 안은, 살 냄새에 파고드는 바람이 실어 나르는 양식

아시나요?

모정(母情)의 푸름을.

 ◇이재안= 낙동강문학 신인상
  한국시민문학협회 정회원

<해설> 바다가 심하게 요동치는 날, 바다가 요동치는 지도 모를 바다 안의 생명을 생각했다. 양수와 같이 태아를 보듬어주지만 쉼없이 흔들리는 어머니 같은 존재. 그것이 삶의 모태인 바다가 아닐까. 모정은 참 푸르른 바다다. -성군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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