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 실은 엘리베이터
향기 실은 엘리베이터
  • 승인 2016.11.23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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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기 시인

사각 공간 긴 세월 수직으로 서서

버튼 하나로 자유자재 오르내리며

아침이면 활기찬 출근길 반가운 이웃

저녁에는 느긋하게 귀한 인사 나누지

각광을 받는 향기 실은 엘리베이터

샴푸냄새 향수냄새 구수한 반찬냄새

15층 아가씨 향은 진하고 독특하며

6층 서예원장 먹물 내음 샤넬향인가

9층 아저씨 문학냄새와 맥주 향은

장미꽃 보다 신비로운 과일 향 풍기니

사랑하는 사람들의 향기가 배어있다

까만 새벽 8층 교장선생님 사우나 행

이어서 신문배달원 우유 아줌마

중고생들 등교가 끝나면 직장인 차례

이윽고 초등학생들이 내려오는 순서

한 통로 서른내 집 애환을 담고

오늘도 작은 숨소리 쌔근거린다

감시 카메라 눈을 뜨고 지켜보지만

혼자 갇히면 거울 앞 넘겨보는 흰 머리

달맞이꽃처럼 조용히 밤을 밝히는

콘크리트문화 앞서가는 선두주자여

거기에는 사랑과 인정과 향기가 있다.

◇신용기=문예시대 시 부문 신인상 등단
 서은문학회 지산문학회 회원

<해설> 도시의 아파트 살이, 울타리 이웃하여 아침 인사와 이받이 나누어 먹던 그 고운 인사 나누는 엘리베이터 공동체, 서로의 체온을 건네는 순간, 짧지만 인정이 오고 간 통로는 그곳이 아닌가. 낭만과 휴머니티가 서로 어울어져 있다. -성군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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