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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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12.05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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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순 시인




폐기물 스티커가 붙은 책상 서랍에는

이십대 초반에 쓴

이력서가 잡동사니들과 쌓였다



그의 이력에는

출생과 전자고 졸업이 몇 줄 엎드렸지만

그의 블로그 ‘살롱’에는

소월과 휘트먼 우암과 플라톤

박헌영과 애덤스미스의 얼굴이 자정까지 너울거린다



달콤한 저녁밥을 받아먹고

몸통이 굵어진 눈꺼풀을 떠받치기보다

공사장 잡부가 더 쉽다고 그는 중얼거리며

9시 뉴스도 못보고 퍼드러진다



새벽이 산과 하늘의 경계선을 판각하면

마음 한 곳이 절단된 홀아비, 삼촌을 쓰다듬고

고물 트럭에 시동을 걸며 그는 생각한다

요즘 밤마다 고 정주영 회장이 나타나서 하는 말은

어차피 꿈이라고

 ◇김재순=1965년 경북 상주 출생
  1996년 ‘들문학’으로 작품 활동

<해설> 결코 입사가 만만찮다. 화자는 자기 적성을 포기하고 고물 트럭을 몰고 공사장을 기웃거리는 신세지만 한때는 꿈이 있었다. 소월과 휘트먼, 우암과 플라톤, 박헌영과 애덤스미스를 밤늦도록 읽은 문학도의 꿈, 하지만 그것마저 꿈이라는 故정주영 회장의 말을 떠올리며 자신을 합리화하며 현재 삶에 만족한다. -제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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