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되지 않는다. 손아귀에 꽉 꽉 꽉 구겨진 에이포 용지를 냅다
방구석으로 던졌다. 어, 처박힌 종이 뭉치에서 웬 관절 펴는 소리가 난다.
뿌드드드 드드 부풀어오르다, 부풀어오르다, 이내 잠잠해진다.
종이도 죽는구나.
그러나 입 콱 틀어 막힌 그 마음의 밑바닥에 얼마나 오래 눌어붙어 붙어먹었으면,
그리고 그 무거운 절망, 기나긴 암흑의 산도를 얼마나 힘껏 빠져 나왔으면
그토록 환하게 뼈 부러지게 기뻤을까.
누가, 날 구겨 한 번 멀리 던져다오.
◇문인수=1985년 심상 신인상
시집 <뿔> <홰치는 산>
<낙동강의 높은 새> <배꼽> <적막 소리>
김달진문학상 노작문학상 미당문학상 수상
<해설> 태아의 커다랗고 딱딱한 머리가 좁은 자궁문을 열고 밖으로 빠져 나올 때의 고통을 상상할 수 있다면 창작의 고통과 기쁨을 음미하며 이 시를 감상할 수 있다. 뼈가 부서지고 살이 찢어지는 그 어둡고, 깊고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의 끝은 환희다. 한 편의 시도 그렇게 낳는 것이다. 시인은 시를 낳는다. 시는 꽃이고, 생명이다. 시는 말하고 우리는 그 말을 듣는다. 문인수 시인은 자식밖에 모르고 몸이 부서져라 일하던 우리네 어리석은 엄마를 닮았다. 시 밖에 모르던 시인은 지금 몹시 아프다. 그의 소식을 접하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오늘도 나는 하얀 쌀밥에 최상품의 명란알 같은 그의 시를 올려놓고 볼이 미어지라 먹는다. 나는 그의 시로 살이 오른다. -달구벌시낭송협회 윤미경 시낭송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