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독(誤讀)
오독(誤讀)
  • 승인 2016.12.11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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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본

TV자막에서

‘미녀’를 ‘마녀’, ‘회장실’을 ‘화장실’,

‘사건’을 ‘시간’으로 읽었다.

가을날,

수목원 나무에 걸린 명패에서

‘수액(樹液)’을 ‘추억(追憶)’으로 읽는다.

오독(誤讀)이다.

‘고목나무’를 ‘고독나무’로 읽은 날,

비로소 알았다.

오독이 아니라

비워진 마음의 중심에서

울려온 말씀인 것을.

이 가을 수목원에는

고독나무가 붉게 물들어가고 있다.

◇구석본=경북 칠곡 출생.

1975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 <지상의 그리운 섬> <쓸쓸함에 관해서>

<추억론> <노을 앞에 서면 땅 끝이 보인다>

산문집 <언어의 안과 밖> <시여, 다시 그리움으로>

대구광역시문인협회장 역임

현)대구교육대학교평생교육원 문예대학 지도교수

1985년 대한민국문학상 수상

<감상> 오독은 비워진 마음의 중심에서 울려온 말씀이라고 했다. 수목원에서 ‘고목나무’라고 쓴 명패를 보며 ‘고독나무’라고 오독한 것은 그때 시인의 마음에 고독이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에 허전하고 비워진 마음의 중심을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런 유쾌한 오독은 어떨까? 우리 가족 톡에서 큰딸이 유학가기전날 “아빠 ‘환전’ 했어?” 라고 하자 남편 왈 “그래 아빠 친구들이랑 ‘한잔’ 했다.” 라고 해서 가족 모두 폭소를 터뜨렸다. 오독은 사람을 긴장하게도 하고 놀라게도 하고 또 이렇게 즐겁게도 해준다. 오독은 젊었을 때보다 나이가 더해갈수록 인생을 심오하게 바라보면서 더 자주 오는 듯하다. 우리 모두 오독이 주는 고독함보다 여러 감정들을 잘 살려서 즐겁고 지혜로운 삶을 꾸려 나갔으면 한다.

-달구벌시낭송협회 김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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