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지하철역
꽃피는 지하철역
  • 승인 2016.12.13 09:4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승우








지하철역 이름이 꽃 이름이면 좋겠어

목련역, 개나리역, 진달래역, 라일락역, 들국화역…

꽃 이름을 붙이면 지하철역이 꽃밭 같을 거야.

‘친구야, 오늘 민들레역에서 만날래?’

이 한마디로도 친구와 난 꽃밭에서 만나는 기분일 거야.

지하철을 타는 사람들은 늘 꽃 이름을 부르겠지

원추리, 백일홍, 바람꽃, 금낭화, 물망초…

자주 부르다 보면 사람들도 꽃이 된 느낌일 거야.

‘이번 정차할 역은 수선화역입니다. 다음 역은 채송화역입니다’

지하철 방송이 흘러나오면

사람들이 송이송이 지하철을 타고 내리겠지

사람들한테 꽃향기가 나겠지.

◇박승우=2005년 대구문학 신인상 시 당선

 200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동시 당선

 2009년 푸른 문학상

 동시집 <백 점 맞은 연못>

 <생각하는 감자> <말 숙제 글 숙제>

<감상> 꽃 중에 가장 예쁜 꽃은 무엇일까? 라고 물으면 빼어나기로야 장미라는 사람도 있을 테고 그윽한 향기와 귀한 자태를 가진 백합이라 말하는 사람도 있겠다. 다른 의미로 호박꽃이라는 이도 있겠고 이런 저런 꽃 이름이 한바탕 쏟아지면 웃음꽃, 사람꽃이라는 대답도 나오겠다. 이 세상에 꽃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아무리 냄새나는 인간도 쓰레기와 꽃을 두고 쓰레기가 더 좋다고 말하진 않을게다.

평소 차를 몰지 않는 시인은 출퇴근하는 지하철 안에서 자주 역 안내 방송을 들었을 테고 어느 날 문득 이런 즐거운 상상에 빠지면서 실없이 히죽히죽 웃었을 게다. 시인의 마음에 동심이 보인다. 동심은 순수하다. 이 시를 읽으면 왠지 어디선가 꽃향기가 나는 듯하다. 비리와 탐욕으로 나라 안에 썩은 내가 풀풀 진동하는 요즘이다. 세상이 꽃밭이 되려면 높은 자리 사람들은 재어봐야 할 것 같다. 동심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설마 동심을 덜 자란 마음으로 아는 건 아니겠지. -달구벌시낭송협회 오순찬-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