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우리 머물며
여기에 우리 머물며
  • 승인 2016.12.14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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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철






풀꽃만큼 제 하루를 사랑하는 것은 없다

얼만큼 그리움에 목말랐으면

한 번 부를 때마다 한 송이 꽃이 필까

한 송이 꽃이 피어 들판의 주인이 될까



어디에 닿아도 푸른 물이 드는 나무의 생애처럼

아무리 쌓아 올려도 무겁지 않은 불덩이인 사랑



안 보이는 나라에도 사람이 살고

안 들리는 곳에서도 새가 운다고

아직 노래가 되지 않은 마음들이 살을 깁지만

상처 없는 영혼이 어디 있느냐고

보석이 된 상처들은 근심의 거미줄을 깔고 앉아 노래한다



왜 흐르느냐고 물으면 강물은 대답하지 않고

산은 침묵의 흰새를 들 쪽으로 날려 보낸다



어떤 노여움도 어떤 아픔도

마침내 생의 향기가 되는

근심과 고통 사이

여기에 우리 머물며


◇이기철=1972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1975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 <낱말 추적><청산행> <전쟁과 평화>
<우수의 이불을 덮고> <내 사랑은 해지는 영토에>
<시민일기> <지상에서 부르고 싶은 노래>
<열하를 향하여> <유리의 나날>
김수영문학상(1993) 후광문학상(1991) 대구문학상(1986)
금복문화예술상(1990) 도천문학상(1993)


<감상> 한해를 떠나 보내는 요즘입니다. 돌이켜 보면 주변의 인간사회는 근심과 걱정으로만 몰아가는 듯 합니다. 밖으로 나와 자연의 생명들을 마주하면 거칠은 들판에서 고운색과 향기를 피우고 유유자적 울음우는 소리 들으며 위안 삼으며 한 살 철이 들어 갑니다.

-달구벌시낭송협회 김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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