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산 넘어에는 무엇이 있길래늘
아버지는 저 산 바라보시며 담배를 피웠을까
이따금 술 드실 때도 고추나 멸치보다
저 산을 더 많이 씹으시며
한 병 다 비우셨다늘 궁금하여
고향 가는 길에 산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았다
그저 그런 흔한 산이라는 생각 뿐
고향집 들어선 나도
어느덧 저 산을 바라보고 있다
그냥 보고만 있어도 편안하고
누구보다 더 만만하고 믿음직하다
◇공영구=<우리문학> 추천 등단
<심상> 신인상, 1998 민족 문학상 우수상 수상
시집 <엄마의 땅> <여자가 거울을 보는 것은>
<오늘 하루>
<지구문학> 편집위원,
<감상> 젊었을 때 이해되지 않았던 부모님의 습성을 세월이 흘러 똑같이 답습하고 있는 나 자신과 종종 마주하게 된다. 그때는 알지 못했던 부모님의 마음이 그 나이가 되고 보니 비로소 이해와 공감이 어우러진다. 언제나 지나고 나서야 깨닫게 되는 많은 것들! 시인이 느낀 것처럼 시인의 아버님도 그냥 보고만 있어도 편안하고, 살아있는 누구보다 더 만만하고 믿음직한 산과 주거니 받거니 하며 가족을 위해 피땀 흘리신 고달픔을 잠시나마 풀고 계셨던 게 아니었을까!
-달구벌시낭송협회 조무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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