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소아마비 걸음 불안한 아버지와
얼굴 꼭 빼닮은 다섯 살 아들이
냉천 둑에서 놀고 있다
카메라를 든 아버지는 연신 아들에게 둑 가까이는
못 가게 한다
너 거기서 떨어지면 아무도 구해줄 수 없다고
가지 말라고 가지 말라고 타이른다
가지마가지마 타일러도 다리 성한 아이는 천방지축
드디어 다급해진 아버지는 가지 마 새끼야
들은 체 만 체 아이는 흐르는 물을 향해 돌멩이를 던진다
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백로 한 마리
무료한 물살인 나를 박차더니
두 다리 접고 가볍게 날개를 펴서
지긋이 수평을 긋고 날아간다
◇박윤배=1989년 매일신춘문예에 시 당선
1996년 <시와 시학> 신인상
시집 <쑥의 비밀> <얼룩> <붉은 도마> <연애>
2009년 대구시인협회상 수상
<감상>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우리 새끼’라는 표현이 있다. 부모에게 자식이란 그런 거다. 마냥 예쁘고 목숨처럼 귀한거다. 시 속의 어린 아들은 자꾸만 물가로 가려하고 몸이 불편한 아버지는 그 위태한 상황에 경고만 보내다가 마침내 다급해져 버럭 거친 말을 뱉고 만다. 위험으로부터 아이를 지키고 싶어 하는 아버지의 애타는 마음이 녹아있다.
아이는 점점 자랄 테고 더 많은 세상의 물가에 놓일 것이다. 그때마다 아버지는 어디쯤에서 애타게 외치고 있을 것 같다. ‘아가, 물러서물러서. 네가 다쳐도 나는 구하러 갈수가 없단다.’ 제목이 눈길을 확- 끈다. 제목을 핑계 삼아 멋지게 한 번 낭송해 보고 싶은 시다. ‘야이새끼야’. -달구벌시낭송협회 윤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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