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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좋은시를 찾아서

이런 택배가 있었다

기사전송 2016-12-25, 22: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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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굉








참기름 한 병, 고춧가루 한 봉지, 볶은 땅콩,

튀긴 검정콩, 무말랭이 한 봉지

그리고 작은 스티로폼 박스 하나



주방에 펼쳐진 택배의 목록이다

먹을 것들을 주욱 펼쳐놓고 생각한다

여든을 바라보는 외사촌 형수는

괜히 이런것들을 보내 사람을 울린다

내 인생이 이런 선물을 받을 수 없다



눈시울을 붉히면서 스티로폼 박스를 열었다

그 안에는 식혜가 들어 있었다

안동 땅에서는 식혜를 감주라고도 하고

더러는 단술이라고도 한다

이것은 단술이 아니라 단심(丹心)이다

붉고 뜨거운 마음이 빚은 음식



어머님 생각에 나는 운다

외사촌 형수가 어떻게

쉰아홉 고종사촌 시동생에게 이런 걸 보낼 수 있나

그러나 이런 것이 내게로 왔다

분명 어머님의 현몽이 있었으리라

이런 저런 것들을 만들어 대구로 보내라

어머님은 그렇게 부탁하셨으리라



이 목록은 입으로 먹을 음식이 아니다

그냥 가슴에 넣으면 되리라

그게 때로 울음이 되어 솟구치리라

◇김선굉=1982년 심상 등단

 시집 <나는 오리 할아버지> <엘리베이터>

  <밖을 내다보는 남자> <아픈 섬을 거느리고>

 2014년 대구시문화상

<감상> 택배라는 게 없었던 그때, 추수가 끝난 이맘때가 되면 어머니는 몸뚱이보다 큰 보따리를 세 개씩이나 싸서 대구까지 가지고 오셨다. 어머니의 보따리는 지금 생각만 해도 눈물겹고 가슴이 따뜻해진다. 이제 다시는 받아 볼 수 없는 어머니의 커다란 보따리 생각에 이 겨울 ‘붉고 뜨거운 마음’이 내 가슴을 적셔온다.

-달구벌시낭송협회 김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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