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나무를 본다
잎은 따가운 햇살 바늘을
초록 손바닥으로 받으며 견디고
가지는 겨울 삭풍을
앙상한 온몸으로 아우성치며 견디었다
뿌리는 또 어떠한가
늘 캄캄한 땅속에 갇혀 있으면서도
단 한 번 자신의 처지를 한탄한 적이 없었다
이런 세월 지나서 드디어
감격스러운 꽃 피웠다
꽃나무를 보면서
꽃만 곱다고 말하는 그대여
꽃이 저리도 고울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잎과 가지와 뿌리의 고통 덕분이다
왜 그것들을 보지 않는가
세상의 모든 것은
다 이렇게 어여쁘고 소중하다
◇이동순=197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개밥풀> <물의 노래> <지금 그리운 사람은>
<봄의 설법> <꿈에 오신 그대> <철조망 조국>
<그 바보들은 더욱 바보가 되어간다> <가시연꽃>
현재 영남대 국문과 교수
<감상> 부모님의 피와 살로 잉태되어 수개월 산고의 고통을 지나 이 세상에 나온 우리들은 어둠속 고통을 이겨낸 꽃과 같은 존재 인 것입니다. 7년의 땅속 어둠을 이겨내고 밝은 세상에서 2주간 살다가는 매미의 숙명보단 행운스런 生 이기에, 삶 자체가 기쁨이요 행복이지 않겠는가? 지나온 한 해를 감사하고, 다가오는 새해는 긍정의 희망으로 맞이하고 싶습니다. -달구벌시낭송협회 김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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