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열면
어떤 길이 어떤 어두운 밝음이
어떤 미로가
나를 이끌 것인가
나는 내다본다
속에서 어둠의 뇌성은 치고
나가고 싶다
초록의 문을 열고 싶다 나는
또 나가고 싶잖은 마음이 인다
또는 잠시 나가 패랭이나 캐서
화분에 심어보고 싶다
이 위태로운 어질어질함
누가, 바깥에서 문고리를 만진다
...밖에서...누가
내 방의 어두운 창유리를 닦는다
◇이하석=1971년 현대시학 등단
시집 <투명한 속> <김씨의 옆얼굴><우리 낯선 사람들>
<측백나무 울타리> <금요일엔 먼데를 본다><녹> <상응>
김수영문학상, 도천문학상, 김달진문학상,
대구시문화상 등 수상
민예총대구지회장, 한국작가회의 부이사장 및
대구지회장, 대구시인협회장, 영남일보 논설실장, 대구문화재단 이사 역임
<감상> 어느 날, 밖에서 폭우소리에 책을 읽고 있던 나는 거친 바깥세상에 대한 상대적 안락함으로 전신을 감싸는 듯한 희열을 느꼈다. 그리고 또 다른 어느날, 갑자기 쏟아지는 폭우를 속절없이 받아들이며 나는 또 한번 같은 희열을 느꼈다. 안과 밖은 한 세상이다. “누가 바깥에서 문고리를 만진다. 내방의 어두운 창유리를 닦는다. 밖에서 누가?” 빨리 초록의 문을 열고 나오라는 시인의 외침이 들리는 것 같다. -달구벌시낭송협회 조무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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