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과 살
쌀과 살
  • 승인 2017.01.12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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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강우

불린 쌀을 안치면 밥이 된다

살을 불리면 때가 된다는 점에서

쌀과 살의 거리는 한 음절 이상이다

쌀은 살을 찌운다

살이 빠진다고 쌀이 불어나는 건 아니다

쌀통과 몸통의 함량은 질적으로 다르다

쌀로 빚은 술을 마시면 취한다

쌀로 만든 떡을 먹으면 배부르다

흥에 겨워 홍조를 띠는 것도

포만감에 배를 쓰다듬는 것도

애초에 쌀이 있어 가능했다

가만 보면 쌀과 살은

음소 하나 있고 없고의 차이지만

전혀 닮지 않았거나 매사 끈끈하다

세상일이 그렇다

쌀이 살을 규명하거나

살이 쌀을 규정하거나

◇심강우=199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
 2013년 제15회 수주문학상 수상
 2014년 월간문학 시부문 신인작품상
 2016년 동시집 <쉿!> 출간

<감상> 시를 읽다 들은 이야기가 생각나서 웃음이 터졌다. 어느 날 쌀집을 지나가던 경상도 할머니가 “살 빛깔이 참 좋기도 하지.” 쌀장수 아줌마는 이 소리가 자기의 살(피부) 빛깔이 좋다는 줄 알고 으스대며 남편에게 말한다. “여보여보 들었어요? 내 살 빛깔이 좋다는 소리... 당신은 늘 안 좋다고 하지만 좋다는 사람도 있다우?” 시인의 말대로 쌀과 살은 음소 하나 있고 없고의 차이이다. 전혀 닮지 않았는데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는 듯 매사 끈끈하다. 요즘같이 시끄러운 세상을 바라볼 때면 그렇다 누가 누구를 규명하고 누가 누구를 규정하리… -달구벌시낭송협회 오순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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