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물에 닿으면 반드시 녹는다
그러나
젖은 제 몸의 향기를 지극히
사랑하는 까닭에
한 순간의 생이
뜬금없는 거품일지라도
오래 전
세상 눈 뜨기 전부터 키워온
제 몸의 향기를 흐르는 물에
아낌없이 게워낼 줄을 안다
◇강초선=1997년 <심상>으로 등단
시집 <구멍>
<감상> 수 억분의 1이라는 엄청난 경쟁력을 뚫고 주어지는 인간의 생명은 탄생 자체가 기적이다. 그렇다면 이 귀한 생명을 부여 받아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는 뭘까? 한 순간의 생이 뜬금없는 거품일지라도 지극히 사랑하는 제 몸의 향기를 아낌없이 게워내는 비누는 제 살을 녹여가며 사명을 다한다. 시인은 비누를 통해 인간의 존재 이유를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달구벌시낭송협회 조무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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