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뮈
까뮈
  • 승인 2017.01.17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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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철








그대가 노벨 문학상을 받던 해

나는 한국의 경상도의 시골의 고등학생이었다.

안톤 슈낙을 좋아하던

갓 돋은 미나리 잎 같은 소년이었다.



알베르 까뮈, 그대의 이름은 한 줄의 시였고

그치지 않는 소나타의 음역(音域)이었다

그대 이름을 부르면 푸른 보리밭이

동풍에 일렁였고



흘러가는 냇물이 아침빛에 반짝였다

그것이 못 고치는 병이 되는 줄도 모르고

온 낮 온 밤을 그대의 행간에서 길 잃고

방황했다



의거가 일고 혁명이 와도

그대 이름은 혁명보다 위대했다

책이 즐거운 감옥이 되었고

그대의 방아쇠로 사람을 쏘고 싶었다



다시 오지는 않을 것이다. 그 열광과 환희는.

그러나 나는 후회하지 않으련다

아직도 나는 반도의 남쪽 도시에서

시를 쓰며 살고 있지만



아직도 나는 백 사람도 안 읽는 시를

밤 세워 쓰고 있지만

이 병 이 환부 세월 가도 아주 낫지는 않겠지만


◇이기철= 1972년 현대문학 등단
 시집 <낱말 추적> <청산행> <전쟁과 평화> <시민 일기>
 <우수의 이불을 덮고> <내 사랑은 해지는 영토에>
 김수영문학상(1993), 후광문학상(1991),
 대구문학상(1986), 도천문학상(1993) 수상


<감상> 실존주의는 박물관으로 향하고, 대신 원격통신, 가상현실이 우리의 영혼을 어디로 데려가는지 모르겠다. 부자는 부자대로, 노인은 노인대로. 저 마다의 간에서 노래 부르며 지내듯, 나를 둘러보면, 이게 나야? 아님 어디서 온 물건이야? 하면서 어디로 갈래? 자꾸 묻고 물으며 세상을 걷고 있다. -달구벌시낭송협회 오순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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