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보았습니다
당신을 보았습니다
  • 승인 2017.01.18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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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운

당신이 가신 뒤로 나는 당신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까닭은 당신을 위하느니보다 나를 위함이 많습니다.

나는 갈고 심을 땅이 없으므로 추수가 없습니다.

저녁거리가 없어서 조나 감자를 꾸러 이웃집에 갔더니

주인은 “거지는 인격이 없다. 인격이 없는 사람은 생명이 없다.

너를 도와주는 것은 죄악이다”고 말하였습니다.

그 말을 듣고 돌아나올 때에

쏟아지는 눈물 속에서 당신을 보았습니다.

“나는 집도 없고 다른 까닭을 겸하여 민적이 없습니다.

민적 없는 자는 인권이 없다. 인권이 없는 너에게 무슨 정조냐”하고

능욕하려는 장군이 있었습니다.

그를 항거한 뒤에 남에게 대한 격분이 스스로의 슬픔으로 화하는

찰나에 당신을 보았습니다.

아아! 온갖 윤리, 도덕, 법률은 칼과 황금을 제사지내는 연기인 줄을

알았습니다.

영원의 사랑을 받을까, 인간역사의 첫 페이지에 잉크칠을 할까,

술을 마실까 망설일 때에 당신을 보았습니다.

◇한용운=승려, 시인, 독립운동가
 시집 <님의 침묵> <흑풍> <후회>

<감상> 나라를 잃어 온갖 멸시와 천대를 받으며 궁핍한 지경에 처 하여 슬픔과 분노를 느끼다가도 당신이 있어 나를 바른 길로 인도 하여 준 것과, 조국을 잃고 독립 투쟁의 험난한 길을 걸을 것인가? 아니면 차라리 술이나 마시며 자포자기로 살 것인가? 의 인간적인 번뇌와 고민을 봅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는 그때처럼 절박하지는 않겠지만, 다른 차원의 고민이 있을 터. 이 시를 통해 척박하게 살았던 조상들의 삶의 애환을 새기며 당신을 보았습니다. -달구벌시낭송협회 김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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