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 같은 사람이 있다
나도 가끔은 고슴도치가 된다
어쩌면 우리 모두
고슴도치처럼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몸속에는 수만 개의 가시바늘을 숨겨놓고
남이 품은 가시 하나에 내가 다칠세라
내 몸만 옹더글시고 살아가는 것이다
몇 발짝씩 거리를 두고 산다는 것은
적당하게 불신하며 산다는 것이다
그가 숨긴 가시에 내가 찔린다 해도
내가 그를 온전히 품어줄 수 있다면
뒤 엉킨 고달픔 쯤은 치유될 것이다
눈에 보이는 탱자나무 가시보다
겨드랑 밑에 숨긴 잔가시가 더 무섭다
소소한 말 한 마디에
억장은 쉽게 무너지는 것이다
고슴도치도 새끼는 늘 가슴에 품고 산다
사랑한다는 것은
서로의 가시를 품어주는 것이다
◇김환식=계간 <시와반시>로 등단
시집 <산다는 것> <낯선 손바닥 하나를 뒤집어 놓고> <낙인> <물결무늬> <천년의 감옥> <참, 고약한 버릇>
동국대학교 겸임교수 역임, 대구문인협회 부회장 역임.
<감상> 살다보면 서로가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서야 하는 상황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가깝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말로써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 일들이 다반사인 경우가 생기고 내가 조금만 참을 걸 하는 후회도 해 보지만 완벽한 인간이 아닌지라 후회하고 또 후회를 연이어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바로 이것이 인생을 살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도 해 본다. -달구벌시낭송협회 오순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