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바다로 간다 파도의 울음 속으로 던져버릴 묵은 먼지 같은 잡념의 보따리를 들고 간다 동짓달 그 투명한 달빛을 위해 전등은 끄고 촛불하나 준비해야지 파도가 창 건너에서 으르렁대면 무서움에 떨고 있을
촛불하나 등 뒤에 숨겨 줘야지 바다의 울음도 달래줘야지 바위에 부딪혀 하얗게 울부짖는 바다의 슬픔을 만나러 나는 바다로 간다 버릴 건 다 버리고 다시 챙겨 올 그리움 하나 가슴에 안으며 나는 겨울 바다로 간다
◇황인동=대구문학 시인상 수상
대구문인협회 부회장, 경상북도 공무원학회장,
청도부군수 역임
시집 <작은 들창의 따스한 등불하나>, <뻔 한 일>,
<비는 아직 통화 중>
<감상> 요즘 들어 답답한 마음을 더 많이 느끼는 건 잘 알면서도 내안에 있는 욕심을 버리지 못한 탓일 것이다.조금만 버리면 홀가분해지는 것을 무슨 아쉬움이 남아서 이렇게 끈질기게 붙잡고 있는 것인지. 그래서 늘 후회와 다짐의 반복적인 시간들 속에서 잡념의 보따리만 무겁다. 하루 종일 시집을 뒤적이다 어느 한 페이지에 눈길이 딱 멈췄다. 황인동시인의 ‘겨울 바다로 간다’‘버릴 건 다 버리고 다시 챙겨 올 그리움 하나 가슴에 안으러 나는 겨울 바다로 간다’ 문득 겨울 바다가 그리워진다.
내 속에 있는 욕심과 답답하고 허전한 마음을 파도의 울음 속으로 함께 던져 버리고 얼굴이 빨개지도록 바닷바람 맞으며 파도소리와 함께 장단 맞춰 소리도 질러본다면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온다. 이렇게 다 버리고 나면 무엇보다 돌아오는 길은 비교적 홀가분한 마음이 들겠지? -달구벌시낭송협회 오순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