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나무 잎사귀가 다 떨어졌다
나는 가지 끝에 앉아 있는 까치다
안간힘으로 매달려 있는 감이다
까치가 감을 내려다본다
감은 까치를 올려다본다
내가 나를 드러내어 보인다
나를 내가 두루 들여다본다
나와 내가 함께, 그러나 따로다
감은 여전히 가지에 매달려 있지만
까치가 쪼아 먹으려 하지는 않는다
◇이태수=1974년 현대문학 등단
자유시 동인으로 활동
시집 <이슬방울 또는 얼음꽃> <회화나무 그늘>
<침묵의 결> <유등연지>
대구시문화상(1986) 동서문학상(1996)
천상병시문학상(2005) 대구예술대상(2008) 수상
<감상> 검사와 도둑, 의사와 환자는 같은 사주와 기운을 가진 사람들 이라고 한다. 상반된 처지에서 만나게 되는 상대에게서 나를 돌아 볼 수 있는 혜안이 없다면 언제든 상황은 변할 수 있다는 뜻이다. 보호막이 사라지고 안간힘으로 매달려 있는 감을 내려다 보면서 쪼아 먹으려 하지는 않는 까치! 갑과 을은 너와 내가 아니라 나와 내가 함께, 그러나 따로 있을 뿐이다. -달구벌시낭송협회 조무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