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빈 나루에 달빛이 푸릅니다
무엔지 그리운 밤 지향 없이 가고파서
흐르는 금빛 노을에 배를 맡겨 봅니다.
낯익은 풍경이되 달 아래 고쳐 보니
돌아올 기약 없는 먼 길이나 떠나온 듯
뒤지는 들과 산들이 돌아돌아 뵙니다.
아득히 그림 속에 淨化(정화)된 초가집들
할머니 조웅전(趙雄傳)에 잠들던 그 날 밤도
할버진 율(律) 지으시고 달이 밝았더니다.
미움도 더러움도 아름다운 사랑으로
온 세상 쉬는 숨결 한 갈래로 맑습니다.
차라리 외로울망정 이 밤 더디 새소서
◇이호우=경북 청도 출생(1912~1970)
밀양보통학교 졸업. 경성제일고보 중퇴
‘문장’에 시조 ‘달밤’ 추천으로 문단활동 시작
<감상> 나이가 들어서인지 아무도 반겨줄 이도 없는 고향인데도 불구하고 생각만 해도 그립다. 오래도록 가보지 못한 고향이지만 내 마음에는 아직도 산과 집들 하나도 변함이 없이 그대로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왠지 이호우 시인의 달밤을 읽을 때면 부모님과 함께 살았던 옛날의 소박하고 평화로운 추억이 그리운 옛 고향 생각이 많이 난다. 아마도 온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나누던 정겨운 생활이 그리운 것일 게다. 다가오는 설에는 꼭 한 번 고향에 가 보련다.
-달구벌시낭송협회 오순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