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일곱에 풀등이란 말 처음 알았다
모래등도 고래등도 곱등이도 아닌 풀등이라니
서해 앞바다 대이작도가 숨겨둔
일억 만년 고독 견디며 들숨날숨이 만들어낸
신기루의 성소聖所
하루에 한 번 갈비뼈를 열고
젖은 모래등 햇살에 널어 말리는 혹등고래
타박타박 눈썹사막 걸어나온
풀등인 당신에게 기대어
한 생이 다 저물어도 좋겠다고
나직나직 말하는 여린 바다가 있다
◇박진형=1985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와
198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몸나무의 추억> <풀밭의 담론>
<너를 숨쉰다> <퍼포먼스> <풀등>
2007년 대구문학상 수상
대구시인협회장, 만인사 대표
<감상> 풀등은 누구나 풀에 대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가져 보겠지만 우리들의 예상과는 달리 인천앞바다 대이작도라는 작은 섬에 밀물 때는 잠겼다가 썰물 때에 나타나는 폭 1km에 길이 3~5km정도 되는 거대한 신비의 모래섬이다. 시인은 쉰일곱에 풀등 이라는 말 처음 알았다고 했다. 풀등을 혹등고래, 눈썹사막 등으로 표현했다. 풀등은 한국의 사막 같은 곳이다. 우리도 어쩌면 잠시 나타났다가 사람들에게 볼거리랑 기쁨 던져주고 다시 바다 속으로 유유히 사라지는 신기루 같은 모래섬이 되고 싶다.
-달구벌시낭송협회 김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