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에는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는
그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 안에는
나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이여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
물처럼 하늘처럼 내 깊은 곳 흘러서
은밀한 내 꿈과 만나는 이여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류시화=198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2009년 제3회 제비꽃 시인상
2012년 제25회 경희문학상
<감상> 영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보고 저런 사랑 하나 가슴에 품고 산다면 남은 인생이 아주 충만하고 그윽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인간은 항상 채워지지 않는 한 공간을 가슴에 두고 사는 것 같다. 그리고 그 곳을 채우기 위해 늘 무언가에 열중하며 바쁘게 살아간다. 이유도 뭔지도 모르는 절박함으로... 그렇게 오랜 시간을 헤매며 지내던 어느 날! 나는 그 허전함이 나를 향한 사랑으로는 결코 채워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나의 방황은 끝이 났다. 물처럼 하늘처럼 내 깊은 곳 흘러서 나의 무지를 일깨워 주는 이여!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달구벌시낭송협회 조무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