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글을 깨치고 나서 알았다
목화솜 같은 엄마의 부드러움을...
무명천에다
몽당연필에 침을 발라 눌러쓴 내 이름
행여 생이 딱딱해질까 받침은 모두 빼버리고
부드럽게 옮겨 준 아들의 이름
내남국민학교
황인동 대신
‘내나 구미 하고 화이도’
내가 한글을 깨치고 나서 알았다
국민학교 입학한 아들의 이름표에 찍힌
엄마의 땀나는 망설임을
내 힘으로 내 이름을 쓸 수 있을 때까지
나는, 엄마의 포근한 사랑을
가슴에 달고 있었다.
◇황인동=대구문학 시인상 수상
시집 <작은 들창의 따스한 등불하나> <뻔 한 일>
<비는 아직 통화 중>
대구문인협회 부회장, 경상북도 공무원학회장,
청도부군수 역임
<감상> 처음 학교에 입학할 때 엄마는 종이 이름표를 가슴에 달아 주면서 선생님이 이름 부르면 크게 대답해야 한다고 당부 하셨다. 그 당시 나에겐 집에서 불리던 이름이 따로 있었는데 학교에 가니 낯설은 이름이 나에게 주어졌다. 그땐 지금의 이름이 얼마나 낯설던지. 그 이름에 대답하기도 어색하고 내가 아닌 것 같아서 엄마에게 짜증내기도 했다. 그러다가 세월이 흘러 오랫동안 나와 함께 해온 이름이 되었다. 세상 사람들이 나를 생각하고 기억해주는 그 이름을 정해주고가장 많이 불러주는 사람이 지금도 이 세상에 같이 살고 있어서 다행스럽다. -달구벌시낭송협회 김철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