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뿐인 이름이라고 다 귀한 것은 아니다
헝겊으로 닦아내고 찬물로 씻는다해도
한순간 유혹에 빠지면 진창에나 버려진다
들풀이라고 모두 향기로운 이름 아니다
같은 물과 같은 바람, 태양을 섬길지라도
모두가 향기 그윽한 꽃을 피우진 않는다
어떤 이는 일터에서 또 어떤 이는 전장에서
제각기 상처가 고운 이름들을 거두지만
세월은 악취 나는 이름을 닦아주지 않는다
사람들은 저마다 저의 이름을 닦는다
죽어서 사는 이름과 살아서 죽은 이름을
가슴에 새겨두고도 저만 알지 못한 채
◇민병도=1953년 경북 청도 출생
197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雪岑의 버들피리> <갈 수 없는 고독> <섬>
<만신창이의 노래> <不二의 노래> <슬픔의 상류>
<마음저울> <내 안의 빈집> <원효>
한국문학상, 중앙시조대상, 가람문학상,
김상옥 시조문학상 등 수상
계간 <시조 21> 발행인
청도 시조공원 조성 추진위원장
이호우,이영도 시조문학상 운영위원
<감상> 들풀이라고 모두 향기로운 이름 아니듯 사람 또한 좋은 이름을 남기기 위해서는 향기 나는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행복해야 하고 만족할 줄 알아야 하고 욕심을 버려야 한다. 결국 향기 나는 사람은 자신만의 즐거움에 젖어 있는 사람이 아니라 세상의 다른 삶과 함께 더불어 즐길 줄 아는 사람일 것이다. 나는 지금 향기 나는 사람으로 어떤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한번쯤 되돌아볼 일이다.
-달구벌시낭송협회 오순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