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
눈사람
  • 승인 2017.03.27 21:1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윤배

창 넓은 모자 씌워주지 않아도

측백나무를 배경에 두어서

이마가 눈부신 사람

세상 근심은

둥근 몸 안에 가둔 탓에

둘둘 말은 솜이불 둘러쓰고

언제든 굴러 갈 두 개의 몸

늦은 밤 뜻밖의 전화 걸려 와도

얼굴 찌푸리지 않는 사람

아래와 위가 염주처럼 꿰인 사람

그대 숯검정이 같은 갈망에

눈썹 하나 더 그려 넣을 때

마음 빗장 조금은 열렸을 것

나는 지금 행복하다며

미끄러운 비탈의 길가에 서서

측백나무의 뿌리에게

녹을 날 기다려

몰래 몰래 건네는

물 한 모금

◇박윤배=1989년 매일신춘문예 등단
 1996년 <시와 시학> 신인상
 시집 <쑥의 비밀> <얼룩> <붉은 도마> <연애>
 2009년 대구시인협회상 수상

<감상> 하루하루 근심걱정이 끊일 날이 없는 인생이지만 둥글둥글 내색 않고 살아가고자 애쓰는 눈사람. 이리저리 세상을 구르고 구르면서 이런저런 것들을 경험한 탓인지 본인의 근심 걱정은 아랑곳 하지 않고 오히려 늦은 밤 걸려오는 전화도 푸근하게 받아 줄 여유가 생겨난 모양이다. 우리네 인생도 구르고 구르면 더욱 커지고 푸근해지는 눈사람처럼 둥글둥글 넉넉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으면 좋을 듯하다. -달구벌시낭송협회 박미향-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