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하고 심심해서 시를 읽는다
왜 사는지 모르겠을 때도
위로 받기 위해 시를 읽는다.
등 따습고 배불러
정신이 돼지처럼 무디어져 있을 때
시의 가시에 찔려
정신이 번쩍 나고 싶어 시를 읽는다.
나이 드는 게 쓸쓸하고,
죽을 생각을 하면 무서워서 시를 읽는다.
꽃피고 낙엽지는 걸 되풀이해서
봐온 햇수를 생각하고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내년에 뿌릴 꽃씨를 받는
내가 측은해서 시를 읽는다.
◇박완서= 1970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나목(裸木)> 당선
1981년 <엄마의 말뚝>으로 이상문학상 수상
1994년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으로
제25회 동인문학상 수상
1999년 <너무도 쓸쓸한 당신>으로
제14회 만해문학상 수상
2001년 <그리움을 위하여>로 제1회 황순원문학상 수상
<감상> 꿈과 희망에 부풀고 자신감에 넘치던 시절엔 그게 전부인 듯 보였다. 철들어, 삶은 아프고 외롭고 그리운 것도 많다는 것을 알았다. 앞으로는 그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 한동안 우울과 방황 속에서 찾아낸 벗! 나 자신과의 깊은 대화를 통해 영혼을 아름답게 채워주는 시를 새로이 만났다! 열정으로 시를 사랑할 시간이 왔다. -달구벌시낭송협회 김철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