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냥한 태양이 씻은 듯한 얼굴로
산 속의 고요한 거리 위를 쓴다
봄 아침 자리에서 갓 일어난 몸에
홑것을 걸치고 들에 나가 거닐면
산뜻이 살에 숨는 바람이 좋기도 하다
뽀족뾰족한 풀 엄을
밟는가봐 저어
발도 사뿐히 가려 놓을 때
과거의 십년 기억은 머리속에 선명하고
오늘날의 보람 많은 계획이
확실히 선다
마음과 몸이 아울러 유쾌한
간밤의 잠이여
◇김소월=호 소월(素月), 본명 김정식(金廷湜),
1920년 창조지에 ‘낭인의 봄’, 야의 우적’,
‘그리워’ 등으로 등단.
1925년 유일한 시집 <진달래꽃> 발간
1981년 금관문화훈장, 1999년 한국예술평론가협의 회 선정 ‘20세기를 빛낸 한국의 예술인상‘ 수상.
<감상> 몸이 봄바람처럼 가볍던 청춘에는 잠이 참 많았다. 꿈속 여행도 재밌었지! 때론 그걸 참아야 했기에 힘도 들었다. 자꾸만 다가오는 잠이 미웠다. 그 후, 세월 흐르고 삶이 복잡해지니 잠은 도대체 어디까지 도망갔는지... 제발 돌아와! 밤마다 힘들구나! 이젠 달콤한 잠자고 개운한 기상하고 일어나 우렁각시 차려놓은 따스한 된장에 잡채 먹고 싶다. -달구벌시낭송협회 김철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