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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4.10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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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언덕 위에 줄지어 선 나무들이 아름다운 건

나무 뒤에서 말없이

나무들을 받아 안고 있는 여백 때문이다

나뭇가지들이 살아온 길과 세세한 잔가지

하나하나 흔들림까지 다 보여주는

넉넉한 허공 때문이다

빽빽한 숲에서는 보이지 않는

나뭇가지들끼리의 균형

가장 자연스럽게 뻗어 있는 생명의 손가락을

일일이 쓰다듬어주고 있는 빈 하늘 때문이다

여백이 없는 풍경은 아름답지 않다

비어 있는 곳이 없는 사람은 아름답지 않다

여백을 가장 든든한 배경으로 삼을 줄 모르는 사람은

큰 그림을 그릴 수 없는 사람이다.

◇도종환=1984년 문학무크 <분단시대>로 등단.
 시집 <고두미 마을에서> <접시꽃 당신>
 <부드러운 직선> <슬픔의 뿌리> 등.
 2006년 올해의 예술상, 현대충북예술상,
 2007년 거창평화인권문학상, 2009년 정지용문학상 수상
 현 국회의원

<감상> 한 가지 일에 너무 집중하다 보면 다른 모든 것들은 잊어버릴 때가 많다. 늘 바쁘게 매일 쳇바퀴 돌아가듯 살아가고 있지만 삶에도 여백이 있어야 쉬어가며 자신도 돌아보고 주위를 둘러보며 옆의 사람도 배려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나무의 가지와 가지사이에도 여백이 있어야 공간을 빛으로 채울 수 있듯이 늘 꽉 찬듯한 사람보다는 때론 어딘지 모르게 비어있는 사람에게 편안한 마음이 더 가게 마련일 것이다. 나도 누군가에게 여백이 될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달구벌시낭송협회 오순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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