않았다. 발가락으로 더듬다
새벽에 매미 우는 소리를 듣지 못한 것 같다.
여름엔 매미가 커지고 점점 커져서
새를 잡아먹는다. 새 소리를 들을 수 없다.
숨이 막히는 줄 알았어.
비행기 엔진 소리
잡아먹힌 새가 매미가 되는 소리
(나는 이곳에 없다.)
침대 위의 옷가지
침대는 깨끗하다. 아직은 숨이 막힐 때가
아니다. 탁자 위 물 한 컵
(이곳에 없다.)
◇윤지양=2017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수상
<감상> 처음 접할 땐 이상 시인의 시처럼 난해했다. 선풍기 버튼 조정으로 바람 강도에 따른 느낌을 표현한 시란다. 인생은 바람 따라 사는 것인가? 사춘기 바람에 질풍노도 같이 세상에 덤볐고 청춘의 불타는 바람에 정열의 불꽃으로 젊은 시절 보내다 이제는 봄바람에 가슴 들뜨고 가슴 벌렁하다가도 하늘에서 습한 바람 불어와 꽃이 떨어지면 눈물짓는 감성의 바람돌이가 되었다. 이제는 남은 에너지 모아 돈바람 이든 춤바람 이든 화끈하게 불다 가자!
-달구벌시낭송협회 김철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