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랑 노래
가난한 사랑 노래
  • 승인 2017.04.23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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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신경림=1956년 『문학예술』에 등단
 시집 <농무>, <새재>, <달넘세>, <씻김굿>, <남한강>
 <가난한 사랑 노래>, <우리들의 북> <길>등
 1991년 민족문학작가회의 회장 및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공동 의장

<감상> 이 시는 ‘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라는 부제를 붙여 쓴 시이다. 가난하다는 이유 만으로 인간적인 감정마저 소외당하고 살아야 한다면 얼마나 서글프고 고통스러울까? 가난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모습이야 말로 가장 삶의 따뜻함과 진실함이 보이는 아름다운 삶이 아닐까 싶다. 비록 가난 때문에 많은 어려움은 따르겠지만, 결코 가난 때문에 인간의 진실과 아름다움이 변할 수 없다는 시인의 시 읽을수록 아름답기만 하다.
-달구벌시낭송협회 오순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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