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심은 말씨
아이가 심은 말씨
  • 승인 2017.04.26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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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

20년 전,

겨우 네 살짜리 딸아이가

외삼촌의 공군 장교 임관식장에서

삼촌을 쳐다보며

ㅡ땀촌 나도 장죠 될래요?

조막만한 것이

콩 심은 데 콩 난다는 말의 의미

알기나 했을까요?

고사리 손으로 흙 덮고

발로 꼭꼭 밟아 물 주었는지

그녀 스물네 개의 나이테 위에

백만 광촉의 간호장교 다이아몬드가 열렸네요

그러니까, 그 말이 씨가 된 것이네요

어른들이 아이의 코를 풀릴 때도

‘망! 망! 망!’ 하지 않고

‘흥! 흥! 흥1’ 하는 거 보면

말[言]의 씨가

너와 나를,

나와 너를 끌고 가는

말[馬]이기 때문인가 봐요

◇서하=1999년 「시안」신인상 수상

 시집「아주 작은 아침」저 환한 어둠」

 2015년 <대구문학상> 수상

<감상>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이 말이 아닐까 생각된다.ㅡ땀촌 나도 장죠 될래요? 아이는 분명히 고사리 같은 손으로 흙 덮고 발로 꼭꼭 밟아 물 주었기에 간호장교 다이아몬드 열매를 맺을 수 있었을 것이다. 시인의 말과 같이 말의 씨가 나와 너를 끌고 가는 말[馬]이 당연한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평소에 자주 하는 말은 어떠한 말일까? 한번쯤 생각해 볼 일임이 분명하다. -달구벌시낭송협회 오순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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