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겨우 네 살짜리 딸아이가
외삼촌의 공군 장교 임관식장에서
삼촌을 쳐다보며
ㅡ땀촌 나도 장죠 될래요?
조막만한 것이
콩 심은 데 콩 난다는 말의 의미
알기나 했을까요?
고사리 손으로 흙 덮고
발로 꼭꼭 밟아 물 주었는지
그녀 스물네 개의 나이테 위에
백만 광촉의 간호장교 다이아몬드가 열렸네요
그러니까, 그 말이 씨가 된 것이네요
어른들이 아이의 코를 풀릴 때도
‘망! 망! 망!’ 하지 않고
‘흥! 흥! 흥1’ 하는 거 보면
말[言]의 씨가
너와 나를,
나와 너를 끌고 가는
말[馬]이기 때문인가 봐요
◇서하=1999년 「시안」신인상 수상
시집「아주 작은 아침」저 환한 어둠」
2015년 <대구문학상> 수상
<감상>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이 말이 아닐까 생각된다.ㅡ땀촌 나도 장죠 될래요? 아이는 분명히 고사리 같은 손으로 흙 덮고 발로 꼭꼭 밟아 물 주었기에 간호장교 다이아몬드 열매를 맺을 수 있었을 것이다. 시인의 말과 같이 말의 씨가 나와 너를 끌고 가는 말[馬]이 당연한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평소에 자주 하는 말은 어떠한 말일까? 한번쯤 생각해 볼 일임이 분명하다. -달구벌시낭송협회 오순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