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 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도종환=1984년 문학무크 <분단시대>로 등단.
시집 <고두미 마을에서> <접시꽃 당신>
<부드러운 직선> <슬픔의 뿌리>
2009년 정지용문학상 등 수상
주성대학교 문예창작과 겸임교수 역임
<감상> 엘리어트의 잔인한 4월도 가고 계절의 여왕 5월이 왔다. 우리 어린이집 화단의 담쟁이 잎 하나도 수천 개의 잎들을 이끌고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 남을 수 없는 그 절망의 벽을 조금씩 푸르게 덮어 가고 있다. 도종환시인의 담쟁이를 보면서 벽은 결코 오를 수 없는 절망과 두려움이 아니라 벽이라는 매개체를 딛고 오를 수 있는 희망의 바탕이 된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다.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수천 개의 담쟁이 잎을 이끌고 올라갈 담쟁이 잎 하나같은 대통령이 당선되어 국민들의 손을 꼭 잡고 여럿이 함께 지칠 줄 모르는 도전정신으로 어려움을 극복해 가는 협동정신을 발휘 한다면 우리 앞에 벽보다 더한 절벽이 가로막혀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거뜬히 이겨낼 수 있는 강한 힘과 당찬 희망이 생기리라. -달구벌시낭송협회 김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