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러고도 남는 시간은
침묵할 것
또는 꽃에 대하여,
또는 하늘에 대하여,
또는 무덤에 대하여
서둘지 말 것
침묵할 것
그대 살 속에
오래 전에 굳은 날개와
흐르지 않는 강물과
누워 있는, 누워 있는 구름,
결코 잠 깨지 않는 별을
쉽게 꿈꾸지 말고
쉽게 흐르지 말고
쉽게 꽃피지 말고
그러므로
실눈으로 볼 것
떠나고 싶은 자
홀로 떠나는 모습을
잠들고 싶은 자
홀로 잠드는 모습을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
그대 등 뒤에 있다.
◇강은교=1968년 <사상계> 신인문학상으로 등단
현대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 수상.
<감상> 사랑은 아집도 아니고 집착도 아니다. 있는 그대로 보아주고 인정해 주는 것이 사랑일 게다. 집착도 하지 않고 지긋이 실눈으로 내면을 바라볼 줄 아는 사람이야 말로 진정한 자유와 삶을 맛 볼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달구벌시낭송협회 오순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