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라기도 깔고
호박에 똬리도 받쳐야겠다
그것들도 식군데 의자를 내줘야지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 데다가
의자 몇 개 내놓는 거여
◇이정록=199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로 등단
2001년 김수영문학상, 2002년 김달진문학상 수상
시집 <아버지학교> <어머니학교> <정말> <의자>
<버드나무 껍질에 세들고 싶다> <제비꽃 여인숙>
<풋사과의 주름살> <벌레의 집은 아늑하다>
<감상>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 부모라는 의자를 만남으로 시작해 수많은 의자들을 만나며 살아간다. 늘 자식의 행복을 위해 헌신하던 부모님. 그분들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약해지고 아픈 곳이 하나 둘 늘어가는 것을 보니, 이제는 내가 부모님께 편히 앉아 쉴 수 있는 좋은 의자가 되어 드려야겠다 싶다. -달구벌시낭송협회 박미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