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그루의 나무도 없이
서러운 길 위에서
무엇으로 내가 서 있는가
새로운 길도 아닌
먼 길
이 길은 가도가도 황톳길인데
노을과 같이
내일과 같이
필연코 내가 무엇을 기다리고 있다.
◇천상병=1952년 <문예>에 <강물> <갈매기> 등이
추천되어 등단
시집 <새> <주막에서> <요놈 요놈 요 이쁜 놈>
<저승 가는 데도 여비가 든다면>
<감상> 시인의 시를 읽고 나면 언제나 가슴이 아련해 옴을 느낀다. 그러나 살아가면서 한번쯤 자신의 삶을 뒤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참 고마운 시이기도 하다. ‘약속’의 시 또한 마찬가지이다. 한 그루의 나무도 없이 서러운 길 앞에서도 아름다움을 말하며 웃을 수 있는 것은, 먼 훗날 꿈과 희망에 대한 그 무언의 약속을 굳게 믿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좌절과 절망의 삶 가운데서도 삶의 마지막 죽는 그날까지 희망을 노래한 시인이기에 언제 우리 가슴 한 곳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그리움으로 남아 있는 시인일 것이다.
-달구벌시낭송협회 오순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