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계는
황금으로 굳고 무쇠로 녹슨 땅,
봄비가 내려도 스며들지 않고
새소리도 날아왔다
씨앗을 뿌릴 곳 없어
날아가 버린다.
온 세계는
엉겅퀴로 마른 땅,
땀을 뿌려도 받지 않고
꽃봉오리도
머리를 들다 머리를 들다
타는 혀끝으로 잠기고 만다
우리의 흙 한 줌
어디 가서 구할까,
누구의 가슴에서 파낼까?
우리의 이슬 한 방울
어디 가서 구할까
누구의 눈빛
누구의 혀끝에서 구할까?
우리들의 꽃 한 송이
어디 가서 구할까
누구의 얼굴
누구의 입가에서 구할까?
◇김현승=1934년 <동아일보>에 <쓸쓸한 겨울 저녁이
올 때 당신들은> 시를 발표
시집 <김현승시초>(1957), <옹호자의 노래>(1963),
<견고한 고독>(1968), <절대고독>(1970)
<감상> 흙 한 줌, 이슬 한 방울, 꽃 한 송이의 소중함을 잊고 살아갈 때가 너무 많다. 사람은 누구나 내가 가지고 있을 때에는 그 소중함을 알지 못한다. 그러나 깨달았을 때에는 이미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후회하게 되어 있다. 지금부터라도 한번쯤 주위를 되돌아보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달구벌시낭송협회 오순찬-